3.이르가체페- Washed Yirgacheffe

이르가체페에 도착하니 3시정도였던 것 같다.

이르가체페는 세상에서 가장 다양하고 빛나는 커피를 재배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이르가체페(우리가 흔히 에가체프라 부르는) 상업용-Conventional- 등급만 아니라, 전 세계 커피애호가들이 사랑하는 Konga, Adado, Idido, Koke, Kochere, 등등 이름을 다 헬 수 없는 Specialty Coffee 들이 생산되는 고급 커피의 고향 같은 곳이다. 매년 동아프리카 커피 Expo에는 이 곳의 커피들이 항상 상위등급에 랭크된다.(https://afca.coffee/afca-programs/afca-taste-of-harvest/)

나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농장들을 우선적으로 방문해 보고 싶었고, 그들은 두 곳의 농장을 소개했고 우선 한 곳을 그날 오후 방문하였다. 오후에 방문한 농장은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위압적이지 않고 안온한 산이었다.

산속에 포근하게 안겨 있는 작업장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펄퍼(커피 체리에서 과육을 벗겨내는 기계), 발효 수조, 아프리카식 건조테이블이 각각 제자리에 잘 앉아 있는 곳이었다.

오후의 햇빛은 강렬했고 하늘은 그렇게도 맑았다. 사람들은 분주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내게 프로세싱(커피체리를 가공해 그린빈으로 만드는 공정)을 보여준다고 했다. 프로세싱은 커피의 맛과 품질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종자가 좋고 토양과 기후가 좋아도, 농부들이 농사에 정성을 들여도, 프로세싱이 좋지 않다면 커피는 결점을 드러낸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사람들이 매일 아침에 나가 손으로 커피를 딴다. 그렇게 딴 커피를 즉시 널어 말리거나 가공에 들어 가지 않으면 커피 체리의 과즙이 내부로 침투해서 상하거나 썩을 수도 있다. 커피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농부들은 새벽에 커피를 따고 그날 하루가 가기 전에 해야 하는 일들이 Processing인 것이다.

프로세싱은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햇빛에 말리는 Dry process(Natural)이고, 다른 하나는 과육을 벗기고 물에 씻어서 발효를 거쳐 뮤실러지를 제거하고 말리는 Wet Process(Washed)이다. 물론 Pulped Natural, Honey Process, Non-aerobic process 등등 새로운 프로세싱 방법들이 계속 생겨나 품질을 높이기도 하지만 모두 위의 두가지 프로세싱의 변형이다, 기본적인 것은 이 두가지 방법이다. 태양과 물, 이 커피 가공의 기본요소인 것이다.

태양은 어디나 고르게 비추지만 물은 있는 곳과 부족한 곳이 나뉜다. 아마도 물이 인간이 먹고도 남아 커피가공에 쓰일 정도로 풍부한 지역은 Washed coffee를 생산하고 물이 부족하면 Sun Dry를 하는 건 아닌가 한다. 커피가공에 물을 사용하면 커피체리에 함유된 알칼로이드가 물에 섞여 인간이 먹기 부적합하게 된다. 그래서 커피산지에서 물은 재배와 가공 모두에 중요하다. 고산지대에서 식수확보에 문제가 없는 한도에서 Washing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커피체리

농민들이 가져온 커피의 무게를 다는 모습

Dry Process 중에도 Sun Dry-Natural은 체리를 따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말리면 되지만, Pulped Natural은 일정한 장비와 시설을 필요로 한다. Wet process는 말할 것도 없이 많은 장비와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품질이 높아져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시설은 많은 돈이 필요해서 농가마다 갖추기는 힘들다. 기계장비와 엔진 또는 전기, 발효수조, 세척시설, 건조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 자본을 가진 수출사나 농민조합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에티오피아에선 농민조합의 역할이 크다.

농민조합은 조합 수익 중 일부를 적립하기도 하고, 선진국의 커피회사들의 도움을 받아 Washing Station을 마련하기도 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곳은 미국의 Royal Coffee의 도움을 받아 Washing station을 마련했다고 했다.

수확된 커피체리를 선별하는 모습 (이르가체페, 에티오피아)

이미 말한 대로 Sun Dry는 커피 체리를 따자 마자 햇빛에 쐬어 건조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강하게 나타내는 장점도 있지만 결점두가 많아지거나 너무 거친 맛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커피생산지를 방문해보면 Washing은 하지 않지만 먼저 펄핑(체리에서 과육을 벗기는 작업)을 하고 뮤실러지(과육내부에 투명하고 약간 딱딱한 물질)이 남아있는 상태로 햇빛에 말리는 것이다. 이런 Process를 Pulped Natral이라고 하고 , 이 방법을 변형하여 과즙의 단맛을 생두에 침투하게 만드는 방법을 Honey Process라고 한다.

Wet Process는 커피 체리가 수확되면 그날 이내로 펄핑(회전하는-돌기가 있는 -두개의 원통사이로 커피 체리를 통과시켜 과육을 벗겨내는 작업)을 하고 커다란 수조에 뮤실러지 상태로 발효시킨다. 발효통에서 일정 시간을 지내고 나면 커피의 뮤실러지가 발효되어 벗겨지게 된다. 끈적이는 뮤실러지가 벗겨지면 커피의 겉껍질이라 할 수 있는 Parchment상태의 커피빈이 나온다. 이 상태에서 파치먼트를 흐르는 물에 씻어내고, 잘 건조하면 우리는 노란 콩깍지에 싸여 있는 커피를 얻게 된다. 보통은 이상태로 창고에 보관하고, 주문이 와서 판매할 때 파치먼트를 벗겨내고(이과정을 Hulling이라 한다) 다시 포장하여 수출하게 된다.

Wet Processing에서 커피체리가 그린커피(생두)가 되는 과정은 아래와 같다.
1.갓 따낸 커피체리 2.커피 체리의 구조

3.펄핑 (Pulping: 커피체리의 과육부분을 펄프라하는데 , 이걸 벗겨내는 과정을 Pulping, 과육을 벗기는 기계를 Pulper라고 한다. 이과정에서 동력이 필요한데 전기가 없으면 엔진을 사용한다).

펄핑이 끝나면 뮤실러지 상태인 빈과 과육이 분리된다. 위의 그림에서 과육과 뮤실러지를 확인할 수 있다. 펄핑이 잘못되면 깨진 콩이 많이 나온다.

4. Fermentation(발효:)펄핑이 끝난 뮤실러지 상태의 커피 빈을 수조에 넣고 물을 채워 둔다.

발효의 시간은 기온, 물의온도, 뮤실러지의 성질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그 당시 그 곳에선 48시간정도 발효한다고 했다. 발효과정에서 썩은 콩이나 쉘빈, 벌레먹은 콩들은 위로 뜨게 되고 발효나 세척과정에서 제거된다.

시멘트와 벽돌로 만들어진 발효조

발효조에서 위로 뜬 결점두

5.Washing(세척) 48시간이 지나 뮤실러지가 발효되어 제거되면 발효조와 연결된 세척조에서 세척을 하게 된다.

세척은 흐르는 물에서 커피를 넣고, 물이 흐르는 반대방향으로 가래질을 하게 된다. 잘 익은 콩은 물보다 비중이 높아 가라 않게 되고, 결점을 가진 콩들은 가벼워 물위로 떠오르게 된다. 이때 여러 사람들이 나무로 만든 가래로 물이 흐르는 반대 방향으로 바닥을 밀면 좋은 콩들은 가래질에 따라 남게 되고, 결점두들은 물에 떠내려 가게 된다.
이때 많은 물이 필요하며, 가장 고된 노동이 요구된다. 이르가체페 농민들은 6-8명이 늘어서서 가래질을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것은 사자가 으르릉거리듯이 힘차고 어쩌면 숨가쁜 노동요였다..

가래질하는 농부들

물막이하는 소년

6. Drying(건조): 생산된 파치먼트상태의 커피를 말려 수분함량을 낮춘다(수출할 때 기준이 수분 12%내외)

건조하는 방법에 따라 편편한 바닥에 그냥 말리기도 하고, Patio Dry라고 지붕을 씌워서 말리기도하고, 아프리카처럼 나무로 테이블을 만들어 그 위에 말리기도 한다. 아래의 사진들은 African table Dry이다. 이 과정은 2주에서 3주간 계속된다. 아침에 커피를 널어 놓고 수시로 뒤집어 줘야하고, 저녁이 오면 거둬서 창고에 두었다가 다음 날 다시 같은 방법으로 14일정도 말린다. 건기에 보통 수확하여 말리지만 요즘은 기후변화로 건기에도 비가 오는 날이 생기면 커피는 수분을 다시 빨아들이고 품질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African table dry

7.보관, Hulling(파치먼트를 벗겨내고 그린빈 상태로 만드는 것), 포장

내가 방문한 농장에는 huller(파치먼트를 벗겨내는 기계)가 없다. 보통 훌링과 포장은 더큰 시설과 기계가 필요하다, 노오란 파치먼트를 벗겨내야 비로소 짙푸른 생두를 얻게되고, 이를 볶으면 우리가 아는 커피가 된다. Hulling은 껍질을 벗기는 일이지만, 보통 스크린 그레이딩(크기로 구분), 2차 건조, 포장, 검사 등이 연속해 이뤄지므로 보통은 항구가 있는 도시인근에서 이뤄진다. 에티오피아는 바다가 없어 에리트리아의 지부티항구를 통해 수출하는데, 훌링 이후의 시설들은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 밀집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