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Tazza D’oro: 숲속에서

저녁이 왔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려 했으나 농민들은 자신들이 농사 지은 커피를 같이 마시자고 했다. 우리 일행은 그들이 숲속에서 커피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잘 말린 커피 한 웅큼을 약간 데워진 팬 위에 놓고 부지런히 볶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주위의 나뭇가지를 태워 낡은 팬을 데우고, 불을 높였다가 낮췄다 하면서도 부지런히 커피를 뒤집어 타지 않게 하려고 했다.

커피 특유의 향이 주위를 가득 채울 때, 그들은 커피를 잠시 식히면서 채프(Silver skin이라고도하는 마지막 얇은 막 같은 속 껍질)를 완전히 제거하고는 절구처럼 생긴 도구에 넣어 커피를 잘 부수었다. 그리고는 에티오피아 특유의 흙으로 빚은 검은색 호리병에 넣어 뜨거운 물과 커피를 잘 섞어 조금씩 조그만 잔(우리 약주 잔 크기의 흰 도자기로 된)에 나눠 조금씩 마셨다. 놀라웠다. Tazza d’Oro! 그들은 로스팅 기계나 커피도구 없이도 그렇게 훌륭한 커피를 볶아내고 추출해 냈던 것이다. 늘 좋은 기계를 탐 냈던 내가 부끄러웠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스 불 위에 프라이 팬으로 커피를 볶아 보았으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겉 멋에 찌든 도시의 남자였던 것 같다. 신선한 생두가 있다면, 화기가 콩에 골고루 스며들게 하여 커피를 익히고, 물의 온도와 커피와 물의 비율을 맞춘다면 언제나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는 그들과 비교하여 나는 초라했다. 부끄러웠다.

원래 커피는 에티오피아 오모로족에겐 신성한 음료이다. 제사나 의식에 쓰이는 음료인 것이다. 향을 사르고 커피를 만드는 모습은 한편 엄숙하기도 했다. 이틀 뒤 아디스아바바로 돌아 오는 길에 우리는 점심식사를 하고 어느 레스토랑에서 커피 세러머니를 볼 기회가 있었다,. 에티오피안인의 주식은 인셋이라는 작물에서 만든 녹말 같은 것이다. 인셋은 바나나 같이 생긴 작물이라고 했다. 그걸 가공해 얻은 녹말을 반죽하여 넓고 둥그렇게 만든 인셋을 빵처럼 익히고 그 위에 고기나 채소를 조금 올려 여럿이 나눠 먹는다. 식사 도중에 우리는 커피를 준비하는 한소녀를 볼 수 있었고 그 광경은 조용하고 조금은 엄숙한 모습이었다.

어둠이 깊어 가는 숲길을 지나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시원했다. 산 위에 자리한 민박집 같은 곳이었다. 그 곳에서 식사를 하고 그 곳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가난하지만 다정하고 진지한 사람들이었다. 저개발 국가에 출장을 다니며 늘 느끼지만, 처음에 가난한 그들이 불쌍해 보이고 안스럽게 느껴지다가, 돌아올 즈음엔 그들이 가여운지 아니면 도시에서 일에 쫒기며 사는 우리가 가여운지 모르게 된다. 행복은 어디쯤 있는가?